본문 바로가기
야생화

천마산 야생화탐방(1)

by 신영석 2020. 4. 7.
728x90

유독 나만 그런것일까?

무엇인가에 한번 빠져들면 좀처럼 헤쳐나오기가

쉽지 않다.

오래전 당구와 볼링에 빠졌을때 밤마다 천장에

빨간색과 흰색의 당구공이 아른거리고

열개의 볼링핀이 쓰러지는 스트라이크를

꿈꾸던 적이 있었다.

이제 겨우 한달정도된 야생화 초보의 내가

지금 그 시절로 되돌아 가고 있다.

보면 볼수록 예쁘기 그지 없는 노루귀 그중 독특한

빛감으로 자태를 뽐내는 청노루귀다.

귀하기도 하거니와 자생지가 아는 사람들만 소문없이

찾아다니기에 나같은 초짜에게 만남 자체가 쉽지 않다.

한동안 청노루귀라는 단어를 수도없이 검색하는

열정?으로 청계산과 북한산에서 겨우 만났다.

시기적으로 이제 끝물인듯 싶기도 해서

내년으로 기약을 했건만 천마산에서 아직 만날 수

있다는 정보에 마음이 흔들려 버렸다.

천마산은 오래전 홀로산행 그리고 삼년전

모산악회의 시산제산행으로 두번을 다녀온 곳이다.


개인적으로 트라이앵글을 쓰지 않지만 선답자들의 궤적

이것이 거의 유일한 단서였다.

학창시절 이정도로 열공했다면 오늘의 나는

없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야생화산행중 가장 흔하게 보이는 현호색

오늘도 쑤시고 다닌 계곡에 발에 밟힐까 걱정될 만큼

지천으로 피어있었다.

개별꽃

이아이도 마찬가지 흔하게 만날 수 있었다.

산괴불주머니


아직 피지 않은 제비꽃


큰괭이밥

청노루귀

오늘 내가 너를 만나러 왔단다.

선답자들은 너의 대가족들을 만났다고 하는데

홀로 서있는 네가 더 예쁘고 예쁘단다.

오우! 이번에는 두 아이가 함께


무슨꽃일까?

평내호평역 시내버스 정류소에서 DSLR카메라만

달랑 메고있는 내 나이 또래의 한 남자가 보인다.

나이 먹어가며 생기는 소위 '촉'이 발동하며

나처럼 야생화를 만나러 왔다는 확신이 섰다.

말은 건네지 않았지만 속으론 뒤따라가면

오늘 뜻하지 않은 횡재?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천마산입구 종점에서 하차하고 용기?를 내어

정중하게 여쭈었다. "야생화 보러 오셨나요?"

"잘 아시면 동행을 해도 되겠습니까?"하니

대답을 흐리면서 본인도 잘 모르고 오셨다 한다.

첫번째 계곡을 함께하면서 결론은 역시나

잘 맞아들어 가던 내촉이 틀렸음을 알았다.

위에서 어렵사리 발견한 청노루귀도

저만치 앞서 있던 그분을 불러 알려드렸고

자주 만난 다른 야생화들 이름도 내게 물어보는 것으로

보아서는 그분도 초짜였던 게다.

얼레지

얼레지는 두번째 계곡인 팔현리계곡 근처에서 만났다.

조금은 무식하게 수풀과 잡목을 헤치며 계곡으로

진입하는 나를 조금은 믿음이 안가는 눈치이다.

결국은 그분을 불러 이 얼레지를 소개하니

그제서야 고개 숙여 고맙다고 한다.


흰괭이눈


큰괭이밥?


팔현리계곡은 얼레지 군락지였다.

'천상의 화원'이란 이곳

무식하게 금줄을 넘어 들어갔지만

오로지 아직 피지도 않은 노랑앉은 부채꽃

외에는 달리 보이는 야생화는 없었다.


겨우겨우 얻은 정보가 바닥났다.

명색이 산꾼이니 일단은 천마산 정상에 올랐다

하산길에 지나온 계곡을 다시 들르기로 한다.






노랑제비꽃

이 아이도 등로 주변에 지천으로 피어있었다.






2014년 홀로 산행때의 인증샷이다.

확실이 조금은 젊게 보이는듯 싶다.

2017년 3월 모산악회 시산제산행시 인증샷이다.





오늘의 야생화를 찾아 나선 내마음을 대변한다.

2014년 홀로 천마산을 찾았을때의 추억이다.

채팅은 아니였지만 어느 까페를 통해 온라인 만남을

이어오다가 어느해 가을에 시월의 마지막밤에

만난 여인이 있었다.

첫 만남에 뜻하지도 않았던 프렌치키스를 나누었다.

그뒤로도 서너번의 만남이 있었지만 그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돌이켜 보면 조금 더 대시했다면

하루밤 만리장성의 인연을 맺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년여의 그런 만남이후 특별한 이유없이

헤어져 한동안 잊고 있었다.

산행을 마치고 천마산역에 도착했을때 문자가 왔다.

"지금 어디세요?"

갑자기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속초를 가고있다고 하며

동행 아니 와줄 수 있냐는 문자였다.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니 오시기만 한다면

기다리겠노라 한다.

몇번의 전철 환승후 동서울터미널에서 속초행

버스에 몸을 싣고 그녀에게로 간다.

"잘 지내셨어요?"하며 속초터미널에서 날 맞이한다.

그녀의 차를 이용하여 주문진으로 이동했다.

동해바다가 보이는 조금은 허름한 민박집 방을

미리 구하고 재래시장에 들러 생선회에

이슬이 한잔을 함께하고 민박집앞 해수욕장을

걸으며 오랫만의 프렌치키스를 나누었다.

곁을 지나는 한 커플과 품앗이로 남겼다.

산책후 민박집으로 돌아와 미리 준비해온 안주거리로

술한잔을 나누며 그간 잊혀져 있던 시간들을 되돌렸다.

그날밤 첫 만남이후 8년만에 온전히 벗은 그녀의 나신을 보았다.

결국은 술에 힘을 빌린 하루밤였겠지만

거의 밤을 세워가며 운우의 정을 나누었다.

다음날 근처의 식당에서 해장을 하고 핸들을 이어받아

미시령을 거쳐 드라이브를 하며 돌아온 추억이다.

당시 강릉쪽은 몇십년만의 폭설로 교통이 마비되다

싶이 되었던 즈음으도 기억한다.

그날 이후 또다시 우리의 만남은 없었다.

특별히 기대하지는 않지만 우연하게 다시 한번쯤은

어느 길거리에서 마주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