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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초원사진관- 시간속으로의 여행

by 신영석 2018.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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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가 걷히기도 전인 새벽 집을 나서니

밤새 눈이 내린 모양이다.

보건소뒤 이 단풍나무는 가을과의 이별을

몸서리치게 거절하고 있는듯 싶다.

일제 강점기 시절 대표적인 수탈지였던 군산엔

아직도 수 많은 근대문화유산이 남아 있다.

그 중에서도 경암동의 철길마을은

아날로그시대의 촌스러움이

흠씬 묻어나는 추억의 장소이다.



아마도 초등학교 시절 이었을께다.

방학때가 되면 어머니의 손을 잡고 서울 이모님

집을 가기 위해 평택역에서 지금은 사라진

콩나물시루 같은 비둘기호(완행열차)를 타야했고

그 틈에서도 단 한번였던 찐계란의

맛을 잊을수 가 없다.

그리고 1980년 구미 K공고 졸업식때

고향 친구가 내려왔었다.

그 친구와 구미에서 평택으로 오는 열차안에서

오징어,땅콩에 병맥주 서너병을 마시고

군입대를 보름 앞둔 울분과 서러움을

토해놓은 기억도 아스라이 하다.

또한 초임 공직시절에 윗사람의

부당한 처사에 저항하며

휴가를 내고는 아무런 목적도 없이

청량리역에서 열차를 타고 강릉을 다녀온

기억도 남아있다.

내 또래의 시절을 겪은 이들에게

열차는 슬픔이기도 하고

낭만이였던듯 싶다.


















교련복

그시절 일반 고등학교에서는 교련복을 입었지만

구미 K공고에서는 군인들이랑 똑같은

군복에 빨강색,파랑색,노랑색의

소위 단풍계급장을 달고

일주일에 두시간씩 제 키보다 길고

무거웠던 M1소총을 메고 군사훈련을 받고

여름방학에는 군부대로 2~3주씩

입영훈련을 떠나기도 했었다.

아마도 1978년도일께다.

안동역에서 모 사단까지 오리걸음에

입에서 단내가 났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몸서리 쳐진다.

그래서 가끔 술이 취해 부르는 노래가

'안동역에서'인지도 모르겠다.








영화 "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

병으로 죽어가는 정원(한석규)과 이를 모르는

천진난만한 다림(심은하)의 사랑이야기가

주된 서사다.

불치병이라는 진부한 소재탓에

신파극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실제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

국내 최고의 멜로영화로 손꼽히는 이 작품은

1998년 개봉된 뒤 한국 상업영화 최초로

재개봉(2013년)되기도 했다 - 농민신문 -

많은 사람들이 군산을 두고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도시'라고 표현한다.

왜 이런 수식어가 따라 붙는지 궁금증을 안고

버스로 세시간을 달려 군산시 장미동의

한 골목에 닿았다.

낡은 건물과 군데군데 허물어진 벽이 남아

있는 풍경은 마치 시간을 박제해

놓은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골목을 따라 발걸음을 뗀 지 10분도

채 되지않아 한 건물앞에서

여행객 무리를 발견했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인 '초원사진관'이다.

 - 농민신문 -


사실 우리는 모두 시기만 다를뿐

정원처럼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 만약 죽음이 눈앞에 닥친다면 일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분명한 것은 정원처럼 차분하게

죽음을 대하지 못할 듯하다는 것.

그러자 여행을 하는 일상조차

소중하고 특별하게 느껴졌다.

- 농민신문 -










비가 내리는 스산한 날씨에

아날로그 시대로의 시간여행은

잔잔한 아픔이고 추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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