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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산행일기

설악 서북능선의 단풍을 찾아(2)

by 신영석 2018.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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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시간의 산행이어서 홀로 걷는 길의 단풍에

취해 평소보다 발걸음이 늦어졌다.


이것은 무엇인고?




오전내내 대청봉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운

운해를 오른쪽으로 바라보며 걸었다.


걸어온길을 뒤돌아 본다.

주걱봉과 가리봉,귀때기청봉이 조금씩 멀어진다.


이미 도착해 계신 여성산우님께서 홀산이냐고

물으시더니 셀카봉을 빼앗아?

웃어라 이래라 저래라 하시면서

많은 사진을 남겨주셨다. 고맙습니다!

역시나 홀산이신듯 싶은데 좋은 산행 되시고요!





몇해전 지리산 천왕봉과 노고단에서 바라다본

운해보다 더 아름다운 저 운해는 두고두고 기억될게다.



좌측 나뭇가지 사이로 중청이

우측의 대청이 많이 가까워졌다.


눈으로 보는 만큼 담아내지 못함이 안타깝다.


중청대피소와 대청봉


발아래로 용아장성,공룡능선이 도열해있고

사진 중앙에는 울산바위가

그 뒤로는 속초시내와 동해바다도 그런데로 보여진다.

뒤돌아 본 중청이다.




당초계획은 중청대피소에서 점심을 해먹고

집을 나선김에 공룡까지 이어가려고 했었다.

아뿔사! 버너,코펠에 누릉지, 라면을 준비했는데

가스를 빼놓고 왔다.

배낭안에 먹을것 이라곤 오이와 음료수뿐이다.

옆 산우님들께 빌려볼 수도 있겠지만

민망스러울듯 싶어 말을 못꺼냈다.

이른 아침 모텔을 나서기 전 빵한쪽에 우유 한잔 마시고

이곳까지 오느라 배고픔이 더해졌다.

물병에 감추어온 이슬이에 볶은 김치라도

해볼까 했지만 혼자 차지한 넓다란 야외식탁이

부담스러워 이내 발길을 대청봉을

거쳐 오색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뒤돌아 본 중청이 이제 제모습을 보여준다.

중청대피소!

설악산 중청대피소가 건립 24년만에 철거될 예정이다.

1995년 건립된 중청대피소는 설악산을 등산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다녀간 아련한

추억이 서린 곳이다.

2012년 9월에 중청대피소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을 따겠노라고

왔더랬는데 태풍이 올라와 아쉽게 돌아섰고

올해 2월에 찾았을때에는 안개에 숨어버린

별들을 원망해야 했었다.

참고로 희운각대피소를 현재 30여명 수용규모에서

130명 정도로 늘릴계획이라고 한다.

이젠 중청에서 하늘의 별따는것도 일출을 보는것도

소청대피소나 희운각대피소에서 오르려면

예약도 쉽지 않고 발품을 많이

팔아야 될것이다.

그리고 말도 많았던 오색케이블카는 사업이

승인되었다고 한다.

자연생태계 보호와 지역민의 지역경제 활성화

양면에서 개인적으로도 찬반을 논하기 어렵다.

다만 케이블카를 타고 누구나 오를 수 있는

설악(대청봉)이라면 그저 그런 산악인의

입장에서 달갑지는 않다.

적어도 세시간에서 다섯시간의

발품을 팔아서 힘들게 오르던

대청봉을 빼앗기는듯 싶다.

정확한 내용은 아니지만 케이블카를 이용한

사람은 대청봉에 오르지 못하게 한다고 하지만

지켜질지는 두고 볼일이다.

현재의 덕유산 리프트 운영을 보면 (일부시기 제외)

공약(空約)이 자명해 보인다. 



대청봉에서 뒤돌아본 걸어온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좌측의 주걱,가리봉과 중앙의 귀때기청봉에서

안산으로 이어진다.


오랜 기다림 끝에 어렵사리 정상 인증샷을 남겼다.

인증샷을 위하여 많은 산객들이

기다리고 있음에도 일부 몰지각한

여성분들께서 정상석에서 갖은 폼을

다 잡아가며 좀처럼 비켜주지 않아서

기다리는 분들이 쓴소리를 했더니만

한여름에도 서리 내릴듯한 눈초리였다.

다음에는 비오고 한파로 찾는이 없을때

하루 종일 원없이 놀다가세요!


이제 하루가 다르게 단풍은 아래로 내려갈것이다.

이번주가 지나면 서북능선에는 초겨울의

삭막함이 자리잡을 것이다.



오색에서 오르던지 내려가던지 끝도 없이

이어지는 돌계단에 다시는 찾지 않겠노라

했지만 그 뒤로도 여러번을 왔었다.








그나마 등로 옆에 이런 볼꺼리라도 있으면

다행이지만 땅만 보고 걷는다면

누구나 입에서 단내가 나는 길이다.


대략 6시간이면 걸었던 그 길을 오늘은

단풍과 운해에 마음뺏기고 허기져서

7시간 정도 걸린듯 싶다.

1박2일의 소소하지 않은 경비에도

불만족스러운 제반 여건과 

길에다 버린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절정의 설악을 마음껏 누리고 담아온

 해피 엔딩이다.


너의 모습/이정하


산이 가까와 질수록 산을 모르겠다

네가 가까와 질수록 너를 모르겠다


멀리 있어야 산의 모습이 또렷하고

떠나고 나서야 네 모습이 또렷하니


어쩌란 말이냐

이미 지나쳐 온 길인데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먼 길인데


벗은 줄 알았더니

지금까지 끌고 온 줄이야

산 그늘이  깊듯 네가 남긴 그늘도 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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