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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봄비 내리는 날의 섬(島)의 회상(回想)

by 신영석 2018.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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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섬/정일근


우리는 서로 보지 못했는지 모른다


서로 바라보고 있다고 믿었던 옛날에도

나는 그대 뒷편의 뭍을

그대는 내 뒤편의 먼 바다를

아득히 바라보고 있었는지 모른다


나는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섬이다

그대는 아직 내릴 곳을 찾지 못해 떠도는

저녁 바다 갈매기다


우리는 아직 서로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내 밤은 오고 모두 아프게 사무칠 것이다







섬에서 울다/원재훈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사람은 안다

섬이 왜 바다에 홀로 떠 있는 것인지

떠나간 사람은 기다려 본 사람은

백사장에 모래알이 왜 그리 부드러운지

스스럼없이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것인지를 안다

섬은 그리움의 모래알

거기에서 울어 본 사람은 바다가 우주의

작은 물방울이라는 것을 안다

진실로 우는 사람의

눈물 한 방울은 바다보다도 크다

바다 갈매기는 떠나간 사람의

잡을 수 없는 마음이라는 것을 안다


서해의 작은 섬에서 울었다

더 이상 발 디딜 곳이 없는 섬의 마음을 보고 울었다

그 외로움이 바로

그대가 오고 있는 길이라는 걸

그대가 저기 파도로 밀려오고 있는 작은 길이라는 걸

알고 눈이 시리도록 울었다

밀려와 이제 그대 이 섬의 작은 바위가 되어라

떠나지 않는 섬이 되어라





바위섬/홍수희


울고 싶다고

다 울겠는가

반쯤은 눈물을 감추어두고

누구나 그렇게 살아가는 것

사는 것이

바다위의 바위섬처럼

종종 외롭고도

그렇게 지친 일이지만

가끔은

네 어깨와 내 어깨를

가만히 대어보자

둘이다가도 하나가 되는

슬픔은 또한 따스하다

울고 싶다고

혼자 울겠는가

반쯤은 눈물을 감추어두고

누구나 그렇게 살아가는 것








동백꽃/정연복


붉은 핏덩어리 같은

동백꽃 꽃말을


오늘에야 뒤늦게 알았다


'그대만을 사랑해'


그래 사랑이었구나


단 한 사람을 위해

온 마음 몰아 살았기에


저리도 붉게

저리도 뜨겁게


활활 불꽃이 되었네

불타는 심장 되었네

동백꽃 그리움/김초혜


떨어져 누운 곷은

나무의 꽃을 보고

나무의 꽃은

떨어져 누운 꽃을 본다

그대는 내가 되어라

나는 그대가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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