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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산행일기

변화무쌍했던 지리반야봉

by 신영석 2022.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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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지난달 다녀오려던 지리산 반야봉 일정이

성삼재가는 버스의 운행이 잠시 중단되어 포기했고

별반 기대하지 않으며 구례군에 버스운행을 재개해야 한다는

호소성의 민원을 넣었더니 이달초에 지난5.28부터

주말고 국경일에 한해 운행을 재개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런 과정에서 줏어들은 노고단의 나도제비란이 

눈에 아른거려 연휴 마지막날의 계획을 잡았는데

아뿔싸 구례구역에서 평택역까지의 모든 열차가 매진이다.

결국 포기할까 하다가 검색의 달인?답게 다른 교통수단을

찾다가 겨우겨우 한자리 남은 구례터미널에서 남서울간

버스를 예매하고 날씨도 확인하니 당일 흐리긴 해도

비는 오지 않을듯 싶어 전날 평택역에서 22:22분발

열차로 무박산행을 시작했다.

구례구역에 도착하니 01:52분 역앞에 대기하고 있는 

버스를 타기위해 줄을 서고는데 앞에 있던 중년의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돌아선다. 의아해 하며"왜요?"

"아저씨 저기 비야암이...." 확인해보니 새끼 물뱀이다.

등산화 신은 발로 툭툭차서 버스밑으로 쫓아냈다.

구례터미널에서 02:40분에 출발한 버스는 

03:10분쯤 성삼재에 대략 10여명의 산객들을 내려준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짙은 안개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 와중에도 뭔가를 찾는게 있어 렌턴을 비추어 가며

편한길(임도)로만 걸었음에도 40여분만에 노고단대피소에

도착하여 샌드위치와 우유로 아침을 해결한다.

애시당초 일출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어차피 오늘 갖은게

널널한 시간뿐인지라 노고단에 올랐다.

노고단을 오르기전 국공직원에게 복주머니란의 안부를

물으니 "많이 늦으셨어요 지난주까진 오셨어야.."

노고단에서 내려와 05:20분쯤 반야봉으로 향한다.

별도 포스팅은 하지만 사실 오늘 '염불보다 잿밥'이라고

산행은 널널한 시간을 때우기 위한 어쩔수 없는 선택였다.

엇그제 다녀온 소백산처럼 풀솜대가 지천이다.

나무꽃은 늘 그게 그거 같아서 담지 않으려 하는데

습관적으로 담아오는듯 싶다.

넌 딸기꽃?

그래도 아는게 너 뿐이구나! 큰앵초

안개비와 함께 몽환적인 느낌이다.

그러다가 잠깐 나뭇가지 사이로 해가 보였다.

찰나의 순간순간에 펼쳐지는 운해를 담기위해

조망이 트이는곳 까지 달려보지만 이내 사라지기도 ㅠ

그래도 보지 못한 일출대신에 주어진 오늘의 선물

아침 비야암에 놀라 소리친 여산객을 다시 만났다.

혼자 왔나 싶었는데 처음에는 부부인줄 알았는데

나중 눈치를 보니 커플?인듯 싶은 남자산객과 함께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일단 반야봉까지는

함께 걷게될듯 싶었다.

소백산에서 풀솜대에 가려 푸대접?을 받았던

두루미꽃을 나름 성의있게 몇장 담았다.

병꽃나무도 끝물로 가는듯 싶다.

또다시 펼쳐지는 운해

조금 힘에 부쳐하는 커플산객을 앞서 반야봉에 도착한다.

어차피 성삼재에서 15:20분 버스를 탈 계획이라 이곳에서

최대한 시간을 때워가며 사방팔방 터지는 조망이나

보고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오랜 시간을 머물렀다.

가져간 막걸리한병을 홀짝이다 보니 커플산객이 도착한다.

뱀사골로 내려간다던 커플도 계획을 바꾸어 성삼재로

원점회귀한다 하여 막걸리를 한잔 권하니 사양한다.

비상용으로 준비했던 초콜릿을 전해주니 고맙다며

과자 몇개를 전해준다.

거의 한시간여를 머물렀지만 안개는 걷히지 않았고

먼저 자리를 일어나 노고단으로 향한다.

돌아와서 생각하니 괜히 눈치없이 커플산객과 오래

머무른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나온다.

바람에 흔들리는 셀카봉을 겨우겨우 세워

인증샷을 남겼다.

은대난초

못봐도 아쉬울꺼까지는 아니지만 나도옥잠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살짝 기대했던 반야봉의 철쭉도 끝물이고

그나마 남아있는 것도 비에 젖고 떨어져버렸다.

백당나무

?

조릿대꽃

범꼬리

빗물은 머금은 큰앵초가 싱그럽다.

노고단에 거의 도착할 무렵부터 안개비가 

제법 굵어지기 시작한다.

노고단에서 성삼재로 내려오며 기대했던

몇 아이를 찾아보지만 보이지 않고

눈개승마가 소백산처럼 지천으로 보인다.

나도제비란

성삼재휴게소에 도착하니 이제 겨우 12시를 조금 넘겼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서북능선 갈 수 있는곳까지

다녀올 생각였지만 비는 좀체로 그치지 않는다.

컵라면에 남은 김밥한줄로 점심을 해결하고 멍때리는데

다시 커플산객을 만났다. 택시를 콜했다며 같이 내려가

열차편을 구해보자고 한다.

이미 매진은 되었지만 최대한 좌석을 확보해달라고

부탁하니 구례에서 임실까지만 좌석이고 이후는

입석의 승차권을 발급받고 한시간여를 기다리며

커플 남자산객과 함께했다. 그 남자도 야생화에 조금은

관심이 있는지 보여주는 꽃사진 몇가지 이름을 알려주니

고맙다며 음료수까지 권하며 산행과 꽃이야기로

지루할뻔 했던 시간을 잘 때웠다.

40여분 임실까지 앉아오다가 통로의 좁은 틈에

자리를 잡아 밀려오는 졸음과 피로에 체면을 팽개치고

열차바닥에 엉덩이를 붙인채 졸면서 3시간을 왔다.

학교도 다니기 전 엄니 손잡고 역이라는 역은 모두 정차했던

서울가는 비둘기호의 추억이 떠오를만큼 혼잡했다.

단풍,일출,야생화 등 여러가지의 테마로 성삼재 기점

지리산 산행을 여러번 다녀왔지만 오늘처럼

소위 '집 떠나면 개고생'은 오늘이 처음인듯 싶다.

그래도 '나도제비란'을 누군가의 도움없이 찾아냈다는

행복감에 우중산행과 딱딱한 열차바닥에 짓눌린

엉덩이의 고통도 한 날의 추억으로 남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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