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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밥"

by 신영석 2020.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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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밥 한번 먹자" 라고 말하는 사람은 있어도

"국수 한번 먹자" 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실제로는 밥이아닌 국수를 먹을 망정 "밥 한번 먹자"라고 합니다.


또한 "밥을 먹다"라는 말에는 '식사食事' 이외에

'생존하거나 생활하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벌이가 어떠냐는 말에 "밥은 먹고 살아"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사이도 "밥 한번"에서 시작하고,

"아무리 바빠도 밥은 꼭 챙겨 먹어"라는 말과

밥을 지어 놓고 나를 기다리는 사람에게서 끈끈한 정 情을 느끼는 것은

"밥"에는 마음까지 채우는 특별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 공무원 연금지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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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렸던 시절 엄동설한(嚴冬雪寒)에 돌아오시지 않은

아버지를 위하여 따뜻한 아랫목 이불에 꽁꽁 싸여있던

따뜻한 밥이 그립다.

어쩌다 가마솥에 밥이 끓고 뜸이 들여진 고슬고슬한 밥을

엄마 몰래 퍼먹다 혼난 그때가 그립다.

가마솥 바닥에 노릇노릇하게 탄 누룽지에 물을 부어 끓인

누름밥이라도 상에 올려지면 먼저 먹겠다고 아웅대던

볼 수 없는 동생이 그립다.

군대에서 제대하고 취직하기 전 노가다를 하던 시절

비가 내려 집에 모일때면 친구의 "18번지"였던

"엄니 찬밥주세요" 하면 실제로 찬밥을 건네셨고

냉장고도 없던 그때 신내가 풀풀거리는 묵은지를

손으로 찢어 찬밥에 얹어 막걸리 한잔을 나누던

친구들이 생각난다.



우리집 보다 더 찢어지게 가난했던 친구집에 가면

어머니가 소쿠리째 담아주신 식은 꽁당보리밥에

열무김치 넣어 비벼먹었던 그 시절이 그립다.


문득  누군가 해준 따뜻한 밥 한공기에 지금 제철인 봄동

겉저리가 마냥 그립다.


"밥 한번 먹읍시다"


"퍼온 사진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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